대법원은 군조직의 특수성을 강조하며, 생활관과 불침번 근무 상황은 군기 유지 요청이 매우 큰 환경
군형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는 경우에는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적절히 대응하는 것이 매우 중요
|
동성 군인간 합의된 성행위, 군형법상 추행죄 처벌될까? 군형법 제92조의6은 “제1조 제1항부터 제3항까지에 규정된 사람에 대하여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최근 대법원에서, 동성 군인 간 합의된 성행위라 하더라도 군기 및 군율의 확립·유지 요청이 큰 공간이나 상황에서 이루어진 경우에는 추행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피고인은 2019. 9. 23. 입대하여 2019. 11. 21.부터 육군○○학교 △△△단 □□□대 ◇중대에서 복무하다가 2021. 4. 12. 전역하였고, 공소외인은 2019. 4. 22. 같은 중대에서 복무하다가 2020. 11. 22. 전역하였습니다.
피고인은 2020. 7. 말 23:00경, 소속대 막사 2층 격리 생활관 내 공소외인의 침대에서 공소외인과 함께 누워 성적인 얘기를 나누던 중 흥분하여 공소외인과 키스하고, 속옷 안에 손을 넣어 성기를 잡고 비비는 행위를 하였습니다(제1행위). 또한, 같은 해 9. 30. 01:00경에는 소속대 막사 2층 화장실에서 불침번 근무 중이던 공소외인과 함께 담배를 피우던 중, 공소외인의 요청에 따라 입으로 성기를 빨아 사정하게 하였습니다(제2행위).
검사는 이 두 가지 행위 모두에 대해 군형법 제92조의6 추행죄로 피고인을 기소하였습니다.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의정부지방법원 2022노12 판결). 제1행위에 대해, 피고인과 공소외인은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합의된 성행위를 한 것이며, 이는 근무 외 시간에 격리생활관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군기의 직접적·구체적 침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제2행위에 대해서도, 성행위가 부대 내에서 근무시간 중 이루어졌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군기를 침해한다고 단정할 수 없고, 해당 화장실 대변기 칸은 폐쇄적이고 사적인 공간으로, 성행위 역시 은밀하게 이루어졌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였습니다(2022도15950 판결). “현행 규정의 보호법익은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라는 전통적 가치뿐만 아니라, '군인의 성적 자기결정권'도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동성 군인 간 합의에 따른 성행위가 언제나 군기를 침해하거나 처벌 대상이 된다고 볼 수 없다.”
그러나 “동성 군인 간 항문성교나 이와 유사한 행위가 자발적 합의에 따른 것이라 하더라도, 상명하복과 집단생활이라는 군조직의 특성을 유지할 필요성이 인정되고, 성적 자기결정권의 행사가 일부 제한될 수 있는 정도라면, 이러한 행위가 군기 및 군율 유지 요청이 큰 공간이나 상황에서 이루어졌을 경우, 군기의 직접적·구체적 침해로 보아 추행죄가 성립할 수 있다.”
특히 “병들이 주로 생활하는 생활관은 전투력 확보를 위한 군 전력 관리와 보전을 위한 공간으로, 군사훈련과 단체생활의 연장선에 있으며, 군율과 상명하복이 요구되는 공간”이라고 보았다. 또한 “불침번근무 중인 군인은 군사적 필요에 따른 임무를 수행 중인 상태이므로, 이 시점에 항문성교나 추행 등의 성적 행위에 나아간 경우, 장소나 시간과 무관하게 군기를 직접적·구체적으로 침해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원심과 대법원은 모두 ‘동성 군인 간 합의된 성행위가 곧바로 처벌 대상은 아니다’라는 점에는 의견을 같이했습니다. 그러나 구체적인 적용에서는 견해를 달리했습니다. 원심은 ‘합의된 행위’이자 ‘은밀한 공간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을 중시하여 무죄를 선고한 반면, 대법원은 군조직의 특수성을 강조하며, 생활관과 불침번 근무 상황은 군기 유지 요청이 매우 큰 환경이라 보고 유죄 가능성을 열어두었습니다.
특히, 생활관은 단순한 숙소가 아닌 군율과 상명하복이 요구되는 공간이며, 불침번 근무 중인 군인은 군사적 임무 수행 중이므로, 해당 성행위는 군기를 침해한다고 보았습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군형법상 추행죄 적용 기준을 보다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첫째, 군인의 성적 자기결정권 인정입니다. 대법원은 보호법익에 ‘군인의 성적 자기결정권’도 포함된다고 보아, 동성 간 합의된 성행위가 무조건 처벌되지 않음을 명확히 했습니다.
둘째, 구체적 판단기준 제시입니다. 단순히 동성 간 성행위라는 이유가 아니라, 행위가 이루어진 공간과 상황이 군기 유지 요청이 큰지 여부를 판단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셋째, 군조직의 특수성 강조입니다. 생활관과 근무시간 중 상황은 사적 공간이 아니라 집단규율이 적용되는 군조직의 연장선임을 명확히 하며, 군기 유지와 성적 자기결정권 간의 조화를 고민한 판결로 평가됩니다.
이러한 판단 기준은 향후 유사 사건에서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이며, 군인의 인권과 군기 유지 사이의 균형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의미 있는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 다만 개별 사안에서는 사실관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군형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는 경우에는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적절히 대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음플러스뉴스
<저작권자 이음플러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