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한효석

 되는 일이 없어, 멍하니 길을 걸었다. 드넓은 벌판, 잘 조성된 땅에서 "이런 곳에 내 땅 한 평이 없구나" 한탄하였다.
책을 샀나? 첫 페이지에 몰래카메라는 당하는 사람을 행복하게 한단다. 수많은 사람이 기획하고 연출하여 속이지만, 결국 여러 사람이 그 한 사람을 위해 움직이고 주인공을 만들기 때문이란다.
힘없이 터벅터벅 전철역으로 들어섰다. 다리를 저는 젊은이가 광장에서 연설을 하고 있었다.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면 행복할까요? 남을 배려하고 남에게 양보하면 행복할까요?"
그 당돌한 주장에 홀려 그 끝을 알고싶어 광장 벤치에 앉았다. 그런데 갑자기 그 젊은이가 내게 오더니 말을 했다.
"옛날에 선생님을 만나서 인생이 바뀌었어요. 잠깐만 기다리세요.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올게요."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누구지?
광장에서 박수를 받고 돌아온 젊은이가 나와 과거에 있었던 인연을 말한다.
아~ 어렴풋이 생각이 난다. 어떤 일로 나와 좋은 인연이 있었던 고등학생이었다.
"그렇지만 아주 오래 전 일이고, 이 광장에서 슬쩍 지나치는 나를 어떻게 알아보고.."
그런데 그 젊은이는 간 데 없고, 갑자기 벤치 내 옆에 앉았던 여자가 말했다.
"그러게요.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까요? 이상하지 않으세요?"
아~ 아까 책에서 봤는데.. 몰래카메라!
내가 말했다.
"몰래카메라여도 행복해요. 행복했어요. 누가 나때문에 인생을 바꾸고 행복했다고 해서 나도 행복했어요.
누가 연출한 거예요? 왜 나를 선택했죠?"
"제가 연출했어요. 당신이 하염없이 멍하니 걷는 모습을 보니 곧 죽을 것 같았어요. 앞으로 남은 인생이 더 험할 것 같았죠. 그래서 당신을 선택했습니다."
꿈에서 깼다. 서프라이즈. 몰래카메라.
최근 들어 지난 날을 돌아보고, 앞으로 어떻게 살지를 생각하는 때가 많아지면서 이런 꿈을 꾸었나보다.
예지몽? 앞으로 본인이 행복한 일을 하고 살라는?